자유게시판

  1. home
  2. 알림마당
  3. 자유게시판

[시론]대운하 찬성·반대파의 시각차 : 손영목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작성일
2008-01-21 00:00
작성자
김*원
조회수
1708
첨부파일
[시론]대운하 찬성·반대파의 시각차
[세계일보 2008-01-20 20:25:59]
손영목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우리나라의 대운하 건설을 두고 많은 논란이 이루어지고 있다. 나도 과학기술인이면서 대운하의 건설을 찬성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야 할지, 아니면 반대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재앙이 올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중대한 국가 대사(大事)의 그 첫째가 되는 기본구상과 설계는 과학기술인이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이 분야의 토목건축이나 수리학 및 운송전문가 등이 분명한 대전제의 목표와 범위설정을 이룩한 다음 각 분야에서 타당하고 객관성 있는 데이터를 수학적으로 제시해야 되리라 본다. 물론 이때는 대전제의 범위와 구비요건이 차이가 있으면 안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상정할 수 있는 몇 개의 옵션을 제시하면서 극히 제한된 숫자의 시나리오에 따라 정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과학기술인으로서는 너무나 불행하게도 차이가 큰 정답(?)을 가지고 와서 서로 내 것이 옳다고 우기고 있다. 경부운하의 TV토론을 보면 화물운송에 걸리는 시간은 32시간과 72시간이다. 적은 쪽이 찬성이고 많은 쪽이 반대이다. 이어서 컨테이너 한 개의 운반비용은 27만원 대 49만원, 고쳐지어야 할 교량개수는 11개 대 48개, 전체공사비는 15조원 대 50조원으로 각각 앞의 숫자가 찬성이고 뒤의 숫자가 반대이다.

지금 우리는 피아(彼我)로 나뉘어 격투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대전제 하에서 충분조건의 옵션을 가지고 계산을 했다면 수학실력이 어느 한쪽이 너무 없는 것이 아닐까. 처음으로 설정한 옵션이 달랐다면 서로 상이한 기준을 갖고 국민 앞에 보고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정확한 근거를 갖지 못한 채 찬반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벌써 생겨나고 있는데 그 어느 쪽도 그저 목소리만 클 뿐이지 과학적인 근거는 전무하다. 이러다 보면 운하 자체의 과학적인 기본은 도외시된 채 사회적·정치적인 득실만으로 아전인수(我田引水) 식의 목소리만 높아질 뿐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머리띠를 두르고 나와 데모를 하고 이를 저지하느라고 우리들의 젊은이들이 돌멩이와 발길질의 세례 속에서 이를 막느라고 고군분투하는 험한 전쟁을 또다시 TV에서 지겹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또한 세계의 다른 나라 사람들은 우리와는 다른 정반대의 감정으로 바라볼 것이다.

여기서 한번 생각해보자. 과학기술은 거짓이 들어가면 성립할 수 없다. 물길을 뚫고 수리학적 장치를 하는 목표와 범위가 통일된다면 천양지간의 찬반의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본다. 작업의 범위가 넓고 복잡해 기본 데이터의 통일이 어려울 수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더하고 빼야 하는 인자가 다를 수 있음도 이해한다. 왜냐하면 처음 시도하는 대사업이니까. 그렇다면 다시 한번 회합을 해 정리되고 통일된 결론을 제시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수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우선적으로 과학적이고 객관타당성을 갖는 기본적인 구도가 완성된 이후에 사회적·정치적 사항이 논의됐으면 한다. 과학적인 산출근거가 환경평가와 경제성을 포함해 타당한 입지를 확보한 다음이면 그 뒤에 오는 사회·정치적인 에너지와 비용은 엄청난 차이로 줄일 수 있다고 본다.

국민은 이러한 대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실이다. 그리하여 일부의 선동이나 냉철한 이해보다는 감성적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고 그러다 보면 집단이기주의로 변질되고 이어서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이제 부디 목소리만 큰 사람이 이기는 풍토는 정리돼야 할 시기이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시 한번 머리를 맞대고 과학적인 기준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제너럴리스트들이 흐려놓은 물을 스페셜리스트들이 바로잡고 정리하는 과학적 사고 정착의 풍토가 일류 선진국으로의 도약일 것이다.

손영목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전문연구위원

기고·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 세계일보&세계닷컴(www.segye.com),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세계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댓글은 로그인하셔야 등록이 가능합니다

담당부서 과학기술인지원센터 담당자 연락처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문서 처음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