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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속 일본말 찌끼들(1) ... 분석하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작성일
2005-05-03 00:00
작성자
조*성
조회수
2244
첨부파일
<우리말 속 일본말 찌끼들>

‘입장·역할·식사’ 등 낱말, 일본말 ‘の’를 옮겨 쓴 ‘의’

미디어다음 / 고준성 기자

‘한식당인 비원에서 닭도리탕으로 푸짐하게 점심 식사를 가졌다.’ / ‘우리나라는 이미 유엔 주재 대사를 통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 ‘일본 정부의 입장부터 교정하는 것이 수순이다.’

‘우리말의 사용법을 알려주고…’ / ‘직장에서의 윤리와 사생활간의 경계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 ‘중국에 있어서의 운동이 일단 승리를 거두었다고 할 때였다.’ / ‘나름대로의 심사숙고 끝에 나온 결정임을 밝힌 것으로…’

‘악법임에 틀림없다.’ / ‘현시점에서 들춰내지 않겠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 ‘행사에 많은 참여 있으시기 바랍니다.’ / ‘수작들이 나온 사실만으로도 발품에 값한다.’ / ‘보다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지난 며칠 동안 우리나라 신문과 방송이 쓴 문장들이다. 이 문장들에는 하나같이 일본말 찌끼가 있다(굵게 표시한 부분). 물론 언론만 이처럼 일본말 찌끼를 쓰는 것은 아니다. 국민 역시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말에 남아 있는 일본말 찌끼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글 바로쓰기 1~3권’(이오덕, 한길사),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김세중 외, 한겨레신문사) 등 우리말을 올바로 쓰는 법을 다룬 책들을 참고해 우리말 속 일본말 찌끼들을 유형별로 알아본다.



낱말로 남은 일본말 찌끼들

우리말에 낱말 그대로 남아 있는 일본말로는 먼저 ‘사시미·와사비·아나고·모찌·닭도리탕’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일본말 찌끼들이 이런 것들뿐이라면 별 문제가 아니다. 일본말 어감을 강하게 풍기는 이 말들은 이미 ‘생선회·고추냉이·붕장어·찹쌀떡·닭볶음탕’ 등 우리말로 바뀌어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우리말이나 한자말처럼 보이지만 사실 일본말에서 온 낱말들이다. 이런 것들 가운데 가장 널리 퍼진 낱말은 ‘입장·역할·식사’ 등이다. ‘입장을 밝히다’, ‘역할을 다하다’, ‘식사를 하다’ 따위로 사용되는 이 낱말들을 기사에서 찾아보면 우리 신문과 방송이 이 말들을 10분마다 한 번씩 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입장·역할·식사’는 모두 우리말도 한자말도 아닌 순 일본말의 찌끼다. ‘입장’은 일본말 ‘다치바(立場)’를 한자로 적은 것을 그대로 읽은 것이다. ‘역할’도 본디 연극을 할 때 각자 역을 나눠 맡는다는 뜻을 지닌 일본말 ‘야쿠와리(役割)’를 한자음으로 읽은 것이다. ‘식사’ 역시 ‘쇼쿠지(食事)’라는 일본말이다.

‘입장’은 ‘입장을 밝히다’를 비롯해 ‘입장을 취하다’, ‘입장을 고려하다’, ‘입장이 다르다’ 등 아무데나 붙여 써도 다 말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 아무데도 쓰지 않아도 되는 말이다. 이 표현들에서도 ‘생각·뜻·견해’, ‘방침·태도’, ‘형편·체면·처지’, ‘의견·의사·주장·소견’ 등으로 바꿔 쓰면 된다.

‘역할’도 ‘입장’만큼 자주 쓰인다. 이 낱말은 2003년 국립국어원이 한 ‘낱말 잦기 조사’에서 우리나라 낱말들 가운데 443번째로 자주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탓에 ‘구실’이라는 우리말이 사라져가고 있다. ‘식사’는 일본군대에서 쓰던 말로, 일본군 출신들이 우리나라 군대에 퍼뜨린 것이다. ‘역할’과 ‘식사’는 각각 ‘구실’이나 ‘할 일’, ‘밥’이나 ‘진지’를 써서 뜻을 전하면 된다.

이 밖에 일본말 찌끼인 낱말들은 ‘속속·지분·수순·신병·인도·미소·옥내·옥외·세면·천정·하치장·상담·수속·수취인·입구·치환·담합’ 등이 있다. 이 말들은 ‘자꾸·몫·차례·몸(신분)·건넴·웃음·실내·바깥·세수·천장·버리는 곳·상의·절차·받는 이·들머리·바꿈·짬짜미’ 등으로 바꿔 쓰면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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