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1. home
  2. 알림마당
  3. 자유게시판

동백나무 이야기

작성일
2005-01-08 00:00
작성자
홍*운
조회수
2103
첨부파일



동백나무 이야기








10년도 더 된 것 같다. 외국 생활 접고 귀국하여 모처럼 한 아파트로 이사했을 때 화분에 심긴 한 그루 동백나무를 선물로 받았다. 그 뒤 몇 차례 이사를 다닐 때마다 그 동백나무는 꼭 가지고 다녔다.


화분에 심긴 식물이 제대로 자라게 하려면 화분의 흙을 자주 갈아주어야 한다는 것쯤은 들은풍월로도 알았다. 그런데 화분이 제법 커서 흙갈아주기를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적지 않은 양의 적절한 흙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 해 두해 이 일을 미뤄온 것이 이제 10년을 넘게 됐다.


그런데 동백은 충성스런 나무 같다. 나는 벼르기만 하고 화분의 흙을 바꿔주는 일을 미루기만 해왔지만 동백은 그 긴 세월 동안 사시사철 짙은 녹색 잎을 달고, 초겨울부터 꽃봉오리를 키워가다가 겨울 추위가 다 물러 가기도 전에 곱고 소담스러운 꽃을 터트린다. 그것도 여나무 송이 정도가 아니다. 한 창 많이 피울 때에는 백 송이 가까이 피웠다. 분갈이를 그리 오래 동안 해주지 않았는데도 올에도 그 동백이 쉰 송이 정도의 꽃을 피울 것 같다.






올에도 예외 없이 추운 겨울밤에 동백은 꽃봉오리를 키워가고 있다.



해마다 곱게 피는 동백꽃을 대할 때마다 나는 늘 큰 미안함을 느낀다. 주인의 푸대접 같은 것은 아랑곳 하지 않고 제 할 일을 묵묵히 하는 동백나무의 충직스러움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올 여름에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 충직스러운 나무에게꼭 최소한의 주인 노릇을 해야겠다.


곰곰히 생각해보아야겠다, 지난 10여년 간 고마운 동백나무에게 작은 보답을 하는 일조차 게을리 했듯이, 내가 살아오는 동안 내게 여러 모로 고마운일을 해준 사람들과 사회에 대해서도 내가 했어야 할 일들을 소홀히 해왔는지를.



Anna German/봄을 기다리려며

댓글은 로그인하셔야 등록이 가능합니다

담당부서 과학기술인지원센터 담당자 연락처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문서 처음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