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퇴직자 일자리 해법 'ReSEAT'서 찾자
- 작성일
- 2011-10-04
- 작성자
- 관리자
- 조회수
- 2885
10월 4일 (화) 디지털타임스 23면 DT광장에 실린 기사입니다 ^^
<퇴직자 일자리 해법 `ReSEAT`서 찾자>
- 문영호(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정보분석본부 본부장) -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황혼에 의미 있는 말을 남긴다. 노인의 삶은 건강ㆍ돈ㆍ일ㆍ친구ㆍ꿈을 상실해 가는 과정이며, 인생의 황혼을 행복하게 만들려면 이 상실을 막거나 혹은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흔히 말하는 노인 4고(苦), 즉 빈곤ㆍ질병ㆍ고독ㆍ역할상실과도 일맥상통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가운데서도 일과 역할의 상실 즉 무위(無爲)를 가장 고통스러운 일로 꼽는다. 성과 중심 빨리빨리 문화 속에서 평생 강도 높은 업무를 지속해 온 탓에 무위의 허전함을 견디기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공익형 노인일자리 사업 공모에 억대부자들이 47%나 참여했다는 얘기만 봐도 어르신들이 무위를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어르신들의 일자리 문제가 사회화되면서 최근 정부와 사회단체 차원에서 많은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사업들을 볼 때마다 자주 아쉬움을 느낀다. 대부분 어르신들의 무위와 생계를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할 뿐, 그 분들의 노하우와 생산성을 제대로 활용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려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10년째 수행하고 있는 ReSEAT 프로그램은 어르신 일자리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ReSEAT는 퇴직한 과학기술인(이하 고경력 과학기술인)들의 경험과 노하우 등 암묵적 지식을 이용해 후배 연구자들과 과학 꿈나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업으로, SCI급 해외 과학기술저널을 요약ㆍ번역한 다음 거기에 과거 현장경험을 근거로 한 견해를 덧붙이는 모니터링 분석이 주된 프로그램이다.
현장 연구자들의 입장에서는 꼭 봐야하는 논문을 요약ㆍ번역해 시간절약을 해줬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인데, 첨부된 고경력 과학기술인의 견해 덕분에 해당 논문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금 볼 수도 있어 반응이 폭발적이다. 더구나 고경력 과학기술인들 중에는 지난 시절 스타 과학자나 출연연 원장 출신 등 그야말로 기라성 같은 실력자들이 상당수에 달하기 때문에 기술과 동향ㆍ시장ㆍ경영에 대한 코멘트까지 곁들여진 고품격 콘텐츠들이 많아 더욱 인기가 높다.
그러나 2002년 처음 이 사업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ReSEAT는 단순한 과학기술인 사기진작 차원의 프로젝트였다. 당시 과학기술계에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자 연구자들 사이에 침체된 분위기가 급격히 퍼져나갔다.
의사나 변호사는 평생 직업인데, 그에 못지 않게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 될 수 있는 과학자는 조기퇴직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고, 이런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해 시작됐던 것이다. 그러나 고경력 과학기술자가 생산한 콘텐츠가 매우 유용하다는 것이 밖으로 알려지고, 과학관 큐레이터와 과학영재들의 1대 1 멘토가 되어 주는 사업으로까지 영역이 확대되면서 이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중요 프로젝트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출연연ㆍ대기업ㆍ대학 등 다양한 분야 출신의 내로라 하는 실력자들이 인력풀을 구성하고 있어 어떤 국가적 현안이 발생했을 때 곧바로 팀을 꾸려 문제해결에 나설 수도 있게 됐다. 또 국가 차원에서 봐도 고경력 과학기술인들은 오랜 투자를 통해 양성된 지식 자산이기 때문에 퇴직과 동시에 그 자산이 소멸된다면 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이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이점이다.
지난 2일은 `노인의 날'이었다. ReSEAT에 참여하는 고경력 과학기술인들도 사전적으로 보면 대부분 노인이다. 그러나 그 분들에게 괴테가 말한 다섯 가지 상실 가운데 일과 친구의 상실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활력이 넘친다. 그냥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보람된 일을 한다는 자신감에서 오는 활력이다. 앞으로 상실의 과정을 거꾸로 채움의 과정으로 만들 수 있는 멋진 노인일자리 프로젝트들이 더 많이 생겨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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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자 일자리 해법 `ReSEAT`서 찾자>
- 문영호(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정보분석본부 본부장) -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황혼에 의미 있는 말을 남긴다. 노인의 삶은 건강ㆍ돈ㆍ일ㆍ친구ㆍ꿈을 상실해 가는 과정이며, 인생의 황혼을 행복하게 만들려면 이 상실을 막거나 혹은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흔히 말하는 노인 4고(苦), 즉 빈곤ㆍ질병ㆍ고독ㆍ역할상실과도 일맥상통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가운데서도 일과 역할의 상실 즉 무위(無爲)를 가장 고통스러운 일로 꼽는다. 성과 중심 빨리빨리 문화 속에서 평생 강도 높은 업무를 지속해 온 탓에 무위의 허전함을 견디기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공익형 노인일자리 사업 공모에 억대부자들이 47%나 참여했다는 얘기만 봐도 어르신들이 무위를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어르신들의 일자리 문제가 사회화되면서 최근 정부와 사회단체 차원에서 많은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사업들을 볼 때마다 자주 아쉬움을 느낀다. 대부분 어르신들의 무위와 생계를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할 뿐, 그 분들의 노하우와 생산성을 제대로 활용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려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10년째 수행하고 있는 ReSEAT 프로그램은 어르신 일자리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ReSEAT는 퇴직한 과학기술인(이하 고경력 과학기술인)들의 경험과 노하우 등 암묵적 지식을 이용해 후배 연구자들과 과학 꿈나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업으로, SCI급 해외 과학기술저널을 요약ㆍ번역한 다음 거기에 과거 현장경험을 근거로 한 견해를 덧붙이는 모니터링 분석이 주된 프로그램이다.
현장 연구자들의 입장에서는 꼭 봐야하는 논문을 요약ㆍ번역해 시간절약을 해줬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인데, 첨부된 고경력 과학기술인의 견해 덕분에 해당 논문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금 볼 수도 있어 반응이 폭발적이다. 더구나 고경력 과학기술인들 중에는 지난 시절 스타 과학자나 출연연 원장 출신 등 그야말로 기라성 같은 실력자들이 상당수에 달하기 때문에 기술과 동향ㆍ시장ㆍ경영에 대한 코멘트까지 곁들여진 고품격 콘텐츠들이 많아 더욱 인기가 높다.
그러나 2002년 처음 이 사업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ReSEAT는 단순한 과학기술인 사기진작 차원의 프로젝트였다. 당시 과학기술계에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자 연구자들 사이에 침체된 분위기가 급격히 퍼져나갔다.
의사나 변호사는 평생 직업인데, 그에 못지 않게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 될 수 있는 과학자는 조기퇴직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고, 이런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해 시작됐던 것이다. 그러나 고경력 과학기술자가 생산한 콘텐츠가 매우 유용하다는 것이 밖으로 알려지고, 과학관 큐레이터와 과학영재들의 1대 1 멘토가 되어 주는 사업으로까지 영역이 확대되면서 이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중요 프로젝트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출연연ㆍ대기업ㆍ대학 등 다양한 분야 출신의 내로라 하는 실력자들이 인력풀을 구성하고 있어 어떤 국가적 현안이 발생했을 때 곧바로 팀을 꾸려 문제해결에 나설 수도 있게 됐다. 또 국가 차원에서 봐도 고경력 과학기술인들은 오랜 투자를 통해 양성된 지식 자산이기 때문에 퇴직과 동시에 그 자산이 소멸된다면 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이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이점이다.
지난 2일은 `노인의 날'이었다. ReSEAT에 참여하는 고경력 과학기술인들도 사전적으로 보면 대부분 노인이다. 그러나 그 분들에게 괴테가 말한 다섯 가지 상실 가운데 일과 친구의 상실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활력이 넘친다. 그냥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보람된 일을 한다는 자신감에서 오는 활력이다. 앞으로 상실의 과정을 거꾸로 채움의 과정으로 만들 수 있는 멋진 노인일자리 프로젝트들이 더 많이 생겨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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